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새로 읽은 책은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에 읽기도 했고, 자기와 같이 보던 1Q84도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볼게.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래도 이 사람 소설은 나름 챙겨서 보고 있어. 젊은 날에 상실의 시대를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고, 어쩐지 쓸쓸한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 근데 그게 자기를 만나고 행복해지니까 전혀 공감이 안 가더라. 그래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자기에게 선물하고 나고 가졌던 게 작년 이맘 때 쯤이었지? 자기와 함께면 전혀 필요없는 책인 모양이야. 아무튼 이 책은 그냥 그렇게 두고 있다가 올 2월인가 3월에 읽었었어. 그 때 읽으면서 자기에 대한 마음이 더 굳건해졌지. 그리고 4월에 다시 자기를 만났을 때는 너무나 행복해서 다시는 이 행복을 평생 놓지 않으리나 다짐했는데. 난 또 이 책을 되새기며 얼마나 자기를 기다려야 하는걸까? 그래도 가까이 보면 갑갑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더 멀리 바라보며 자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그리면 힘이 나.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자키 쓰쿠루. 그는 학창 시절을 함께한 단짝 친구 세 명이 있어. 각자 이름에 색깔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가 있고 개성이 뚜렷하지. 반면에 쓰쿠루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해. 모든 것을 함께 하던 이 네 명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멀어져. 대학을 도쿄로 가게 된 쓰쿠루는 친구 세 명과 고향을 뒤로 하고 떠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머지 세 명이 피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 그래서 전화를 해 보지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에 휩싸이지. 그로 인해 쓰쿠루의 인생은 크게 변해. 학창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마저도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거지. 그렇게 각자는 나이를 먹어 가지. 그러다가 쓰쿠루는 새 여자친구(?)가 생기는데, 이 여성이 매우 활발하고 적극적이야. 쓰쿠루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과거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줘. 그러자 이 여성은 왜 그 때 가만히 있었냐, 어째서 이유를 묻지 않았냐고 추궁해. 그 이야기를 듣고 쓰쿠루는 친구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거야. 그리고 자신이 사실은 네 명 모임의 중심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네 명 중 여자인 두 사람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중 한 명의 거짓말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쓰쿠루를 멀리해야만 했다는 것도. 그렇게 하나하나 자신은 몰랐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밝혀가며 쓰쿠루는 소위 말하는 힐링을 하지. 현실로 돌아와서 자신에게 깨달음을 줬던 그 여자친구(가 될)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돼.
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만이 아니겠구나. 누구나 다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겠구나. 진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각자 나름인 거겠지. 나 역시 썩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 중심에는 첫사랑도 물론 얽혀 있었지. 난 그래서 대학에 온 후에 스스로 불행해지려고 했었어. 한참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 첫사랑의 미니홈피에서 이런 글귀를 봤었거든. '가장 통렬한 복수는 그 사람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 글이 나를 향한 것은 분명 아니었겠지만 나에겐 그게 저주가 되어 버린거야. 그렇다면 난 그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아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됐지. 난 사실 외로움도 많이 타고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대급부로 더 불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지. 스스로를 학창 시절에 묶어 버린거야.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내가 유난스러웠던거지. 하지만 그 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 저주는 오래갔고 마음 먹었던대로 불행한 대학 생활을 보낸 난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사회에 던져지려 하고 있었지.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어. 쓰쿠루 앞에 그 아가씨가 나타난 것처럼 내 앞에 자기가 나타난 거지. 자기는 어쩌면 일찍 포기했을 내 삶에 들어온 한줄기 빛과 같았어. 덕분에 늦었지만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새어 들어온 그 빛만 보고 있는 힘껏 발버둥 쳤어. 그래서 이렇게 더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되었지. 물론 그 사이에도 저주는 쉽게 사라져주지 않았어. 몇 번 고민한 적이 있었지. 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걸까 하고.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만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더 강해졌던 것 같아. 난 대학교 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도 쉽게 포기해버리고 편해지려 했기 때문에,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겁이 났고, 또 도망치고 싶었어. 그리고 그래 난 어차피 이 정도야, 또 이게 나아 라고 위안 삼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자기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변하기 시작했어. 자기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고, 자기와의 행복을 위해 아둥바둥 살다보니, 그 저주는 아무 것도 아니더라. 학창시절과 대학교 때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내 안을 채우고 있는 건 자기 뿐이더라. 10년 가까이 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지만 이제서야 과거가 아닌 미래가 보이더라. 난 쓰쿠루처럼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자기 덕분에 세상을 바로 보게 된거야. 자기는 그냥 하는 이야기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자기가 내 전부라는 말은 결코 입에 발린 말 아니야. 자기는 죽어가던 나에게 새 생명을 줬으니까. 자기는 나에게 단순히 여자친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여신 혹은 그 이상이야. 난 그러니 자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게. 그리고 돌아왔을 때,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자기로 만들게. 난, 그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믿고 바라고 있을게. 사랑해 자기야. 세상 그 누구보다 자기를, 자기만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