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평

총,균,쇠 - 1, 2부

Anti:// 2014. 11. 2. 22:14

첫 리뷰는 '총,균,쇠'로 시작할게.


이 책을 처음 집어 들면 그 묵직함에 기가 죽는다. 내용 또한 인류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어 가볍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실례를 들어가며 독자가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잘 배려하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떻게보면 중학교 시절의 세계사 수업등을 통해서 과거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일이 있었던 배경 혹은 당위성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이 방대하여 끝까지 읽고 나면 앞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전반부에 대한 인상을 간략히 남긴다.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 잉카 제국과 스페인군의 사례에서 보는 발전된 사회가 낙후된 사회를 정복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요인은 농경제 생활(수렵 생활이 아닌)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 그리고 그에 따른 파생효과 및 병에 대한 면역력 등을 들고 있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추측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어쩌면 우리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가령, 우리는 언제나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를 동경하고 있다. 특히, 외계인의 존재는 수십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매우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만약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외계인이 있었다면 이들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지닌 마오리족, 혹은 스페인군에 해당할 것이다. 모리오리족과 같이 순수하게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비슷한 결과를 맺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페인군은 수백명의 소수의 군사를 이끌고 몇백배에 이르는 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목숨을 걸고 타지를 향하는 데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을테고, 만약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이들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단 SF와 같은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좋다. 인류사는 대개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랐고, 역사는 승자들의 당위성에 따라 쓰여졌다. 이성이라는 외투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 이성은 여러가지 이유로 강력한 무기로 돌변한다. IS만 봐도 그들 스스로는 (나름대로의)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자기들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 사회는 발전했고 약자들의 입장을 많이 대변해주고자 하는 노력이 있지만, 결국은 강자들의 논리에 맞서 약자들의 승리한 사례는 별로 많지 않다. 슬픈 한국의 현실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보면, 기득권 층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국 스스로 강해져야 목소리를 낼 자격이 생기는 거겠지. 본의 아니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좌파 같은가... 아하하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되어 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폴리네시아 섬들은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는데, 그 환경에 따라 발전 속도 및 발전 형태도 다르게 나타난다. 환경에 의한 요인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예컨데 아무런 광석이 나지 않는 땅에서 금속 기구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비슷한 환경 하에서마저 발전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 농경 사회가 시작되고 비슷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같은 수준의 기술력이 축적될 것이라 논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누군가 같인 인류를 정복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문명이 발전한 곳은 유라시아 대륙이다. 특히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필두로 한 유럽 세계는 발달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전세계를 누비며 정복활동을 해왔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 듯이 유라시아 인들이 타 대륙의 인류보다 더 유능하고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라 운 좋게 유복한 땅에 태어나 더 빠른 발전을 이룬 것 뿐이다. 그렇다고 낙후된 문명의 사람들을 계몽하고 정복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여러 신식 문물을 교류하는 것은 전 인류를 놓고 보았을 때 대승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거기까지 아닐까? 결국 계급 사회라는 게 부조리한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부릴 권리는 없다. 어쩌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세를 부리기 보다는 더 베풀줄 알아야겠지. 나 역시 자기와 나, 그리고 더 나아가면 자기와 나의 가족 및 지인들이 잘 사는 게 최우선이긴 하지만, 일정 수준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데에서 오는 기쁨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자기와 잘 상의를 해야 조절해야겠지. 음... 글을 읽으며 생각할수록 난 생각보다 더 좌파라른 생각이 든다... 으아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와 같이 전 세계에 문물들이 섞이면서(대개는 강대국의 문물이 전파되는 형태로) 각 지역의 고유 색깔을 잃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애초에 인류는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에 맞게 적응하는 방향으로 문화를 발전시켰다. 따라서 어떻게보면 1492년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이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가장 축복받은 시기였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특히 대도시) 대개는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처음 외국에 발을 디뎠던 1994년을 떠올려보면 그 때는 상당히 문화충격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디를 가도 그 때와 같은 감흥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무덤덤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획일화된 환경도 적지않게 큰 몫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교류가 있을 것이고 소위 말하는 국경없는 시대(이미 SNS등 온라인에서는 장벽이 무너졌다.)가 향후 인류가 나아가는 데에 있어 약으로 작용할지 독으로 작용할지도 생각해볼만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책을 완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정리는 그 이후에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절반을 읽는 동안에 그동안 하지 않았던(못했던)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다. 자기를 만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가면 자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꼭 올 것이라 생각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