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내려가 있는 동안 다 읽은 책. 이번에도 역시 e-book을 이용했어. 지난 번 책이 약간은 무거운 책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큼 발랄한 게 읽고 싶었는지도! 대략 제목에서 추측해볼 수 있지만 애틋하잖아 이런 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혹은 지고지순한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 그런 이야기. 신카이 마코토 작 애니메이션이 나에게 잘 와닿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여서 일거야. 하지만 이번 책은 신카이 마코토보다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쪽이 더 가까웠군. 자, 리뷰를 시작해보자.


제목을 보면 드는 생각은? 아, 타임 슬립 물이겠구나! 시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특히 멜로물은 대개는 비슷하지. 그래서 읽는 동안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많이 겹쳐졌어. 실제로 비슷하기도 하지.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 나이 또래 되는 여자가 어린 소년에게 다가와 편지를 전해주는 것으로 시작 돼. 이 둘이 주인공이지. 이건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애나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995년,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전학온 의문의 소년. 그렇군!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이 소년, 배넷은 미래에서 편지를 받고 애나를 찾으러 왔군! 그리고 이 때 배넷을 본 애나는 미래의 배넷에게 자기를 찾아달라고 편지를 줬던 거군! 은, 그런 것 치고 배넷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 잘해줬던가 냉랭했다가를 반복하기를 몇 번, 서로에게 점점 끌리는 것을 느끼고 배넷도 마음을 열게 되지. 그리고 자신의 비밀을 하나둘 씩 털어 놔. 자신이 순간 이동, 시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미래에서 온 이유 등. 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하는 청춘에게 그 무엇이 난관이랴! 더 서로를 아끼게 되는 배넷과 애나. 하지만 배넷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애나를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편지의 내용. 서로의 사랑이 깊어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 공개는 편지의 내용은 나름 반전이랄까. 그건 배넷에게 보내는 편지였지만 사실은 현재의 애나가 과거의 애나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 배넷을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 것. 그리고 이야기는 바로 결말로 접어들지. 배넷은 사라지고, 애나는 혼자 남겨져 방황하지만, 곧 미래의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해. 그리고 그 길에 다시 배넷이 나타나지. 그리고 해피앤딩. 결말은 올초 인기 있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닮아있어. 배넷이 시공을 컨트롤하는 힘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어 과거에 남아 애나와 함께하는 거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처음 봤을 때 충격도 받고 감동도 받았는데, 이번 책은 생각보다 그런 것은 없었어. 역시 이야기에도 유행이 있어서 이와 유사한 책, 영화, 드라마 등이 홍수처럼 나왔기 때문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겠지?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은 존중 받아야겠지. 나 역시 언제까지라도 자기를 사랑할테니까. 게다가 우리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잖아? 행복한 일이야. 메인 주제와는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눈이 갔던 부분은 과거로 돌아가 사고가 난 친구들을 구하는 장면이야. 배넷은 이와 같은 사소한 변화라도 나비효과에 의해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 실제로 그 덕분에 그들의 친구들은 사고를 면했지만, 원래의 시간과는 다르게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 글쎄, 이런 평행우주도 이미 진부한 주제이고 타임 슬립물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거지만 (특히 영화 '나비효과'가 말 그대로 나비효효과와 평행우주를 잘 보여주고 있지.) 이런 소소한 하지만 중대한 차이는 나름 재미 요소인 것 같아. 우리는 살면서 항상 선택을 하잖아? 그리고 그 선택은 사실 무한한 미래 중 나머지 가능성을 모두 없애고 하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기도 해. 그렇기에 어떠한 선택도 쉬이 하기에는 무거운 것들일 수도 있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현재야. 우리가 살아오면서 결정한 일들을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얼마나 무궁무진한 미래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 중에 우리가 만나는 미래는 몇 개나 되었을까?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 중에 0에 가까운 확률로 만난 거 아닐까? 그러니까 우리가 만난 건 우연이라 할 수 없어. 배넷과 애나 사이에는 17년의 시간이 있지만 난 자기를 만난 때까지 26년 걸렸지. 26년 간 다른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면서 자기를 향해 달려온 거야.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그런 게 있다면 내 운명은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걸거야. 그리고 자기와의 나은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난 더 나은 선택들을 해 나가겠지? 다양한 미래 중 자기와의 행복한 미래를 향해서. 이건 나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그나저나 해피앤딩은 좋은 것 같아. 읽고 나서 개운한 기분이 들거든. 요즘은 열린 결말이 대세라지만, 역시 난 해피앤딩이 마음에 들어! 마치 우리의 삶처럼! 하지만 시간이 날 때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다시 한 번 봐야겠어. 여러가지 디테일에서는 익숙한 동양권 문화여서 그런지 더 실감 나거든. 그리고 두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앞을 향해 걷자! 자기가 기다리고 있는 찬란한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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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책 감상평 2014. 11. 24. 22:02

이번 주말의 책은 자기가 추천한 '나를 찾아줘'야. 어차피 영화는 혼자 보는 취미가 없어서 안 볼테니까, 대신 책으로 읽었어.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어서, 그리고 결말은 자기가 알려줘서 ㅋ 읽는 동안 긴장감은 덜 했지만, 스토리텔링이 훌륭해서 집중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더군. 이번에 책 값이 오르는 바람에 책으로 사나 e-book으로 사나 가격이 같아서 그냥 타블렛에서 사서 읽었는데, 괜찮은 것 같아! 특히 밤에 불을 꺼도 읽을 수 있어서 잠자리에서 보기 좋더군. 이러한 환경에 힘입어 제법 긴 책이지만 주말을 이용해 다 읽었어!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기억나는대로 써볼게.


이 영화는 연인 사이에 보기에 매우 부적절하다라는 평이 자자하더군. 책을 읽어보니 왜 그런지 대번에 이해가 되었어. 대강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디테일이 상상 이상이었어. 이 책만 보면 결혼할 마음이 들다가도 사라질만 할 것 같아. 하지만 이건 최악의 경우 중 하나 아니겠어? 에이미는 소시오패스고, 닉의 성격도 정상적이지는 않지. 그러니까 실제 우리 사이가 저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 방식 등에서는 생각해볼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에이미와 닉이 갈등을 빚는 근본적인 원인은 유명한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로 귀결되는 것 같아. 겉으로는 직장을 잃고 달라진 환경이 이들을 변하게 만든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이 살아보니 연애할 때와는 다른 사람이었던 거지. 실제로 작중에서 에이미는 자기는 (남자들이 좋아하는)쿨한 여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하지. 마찬가지로 닉도 좋은 남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그를 떨쳐내지 못하고 닮아있어. 연애할 때는 콩깍지 때문에 그런 것을 몰랐지만, 같이 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바닥까지 보게 되니까, 그건 자신이 상상했던 상대와 전혀 다른 사람인거야. 음, 이 부분은 나도 뼈아프게 다가오더군. 나도 내가 힘들 때 자기에게 바닥을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게 자기에게 상처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뒤 이어서 자기가 했던 말과 비슷한 이야기도 나와. 에이미는 닉이 자기에게 한 번 그렇게 대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라는 이야기를 하지. '일기장 에이미'의 인격이 하는 이야기는 자기가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 예전의 나는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했지. 그런데 지난 1년은 나를 돌아보는 시기가 되었고,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일기장 에이미'가 하는 이야기가 하나 같이 공감이 돼. 자기 입장도 이해가 가고. 그래서 뜨끔뜨끔 했어. ㅋ


한편으로는 우리가 고민하고 갈등을 빚던 일들이 부부 사이에서 생기는 일들도 많았던 것 같아. 그것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 오래 만났기 때문이겠지만, 난 자기에게 잘 대해주기도 했었고 바닥을 보이기도 했었고, 내 모든 것을 드러내고는 했으니까. 실제로 난 자기가 여자 친구이기도 하지만 가족같은 존재이기도 해. 그래서 자기가 이번에 떠날 때는 실연이 아니라 이혼하는 기분이 들었다니까. 물론 이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비슷할거야. 하지만 자기야, 자기가 에이미가 아니듯 나도 닉과는 달라. 난 자기를 탓하지도 않고, 이런저런 다툼과 아픔을 겪으면서 자기를 더 사랑하게 되었지. 어쩌면 우리도 처음에는 서로 콩깍지 효과로 좋아하게 되었을지 모르겠어. 관계가 깊어지면서 서로 내면을 보게 되고 사실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려나. 자기가 내게 많이 맞춰준 거 알겠어. 내가 일방적으로 강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기를 이끌었던 것 같아. 그래서 자기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워. 그런데 있지. 나 작년 1년 동안 생각해봤는데, 난 그냥 자기가 좋은 거야. 자기가 어떤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에이미처럼 만들어진 인격이라 하더라도, 그냥 자기가 좋아. 그러니까, 자기가 갑자기 다른 인격을 장착하고 나타난다고 해도 난 자기를 사랑해. 자기는 자기니까 좋은거야. 자기가 좋은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자기가 자기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해. 그게 내가 지난 1년 동안 얻은 결론이고, 그래서 이번에 자기를 만날 때는 자기가 어느 때보다 정말 사랑스러워서 하루하루가 행복했어. 내가 자기에게 했던 말과 했던 일들은 꾸며진 건 하나도 없어, 난 좋은 연기자도 아니잖아. ㅎ 꼭 사단이 나야 변하는 건 참 인류로서 현명하지 못한 일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했으니까 난 최악은 아니지? 


그리고 데시. 자기가 내가 그와 비슷한 말을 한다고 했지. 그래서 주위 깊게 지켜봤는데,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기도 하고. ㅎ 자기야 난 그와도 달라. 그래, 언제까지나 자기를 사랑한다는 부분에서는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난 자기를 구속하지는 않을 거야. 앞서 말했지만, 난 자기가 자기라서 좋아.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기며 사는 편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이번에 만날 때 자기가 하는 일들과 회식, 만나는 사람 등등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줬는걸? 난 자기를 내 새장에 가둬서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하지 않아. 오히려 더 높이 멀리 날아 오르길 바래. 그러다가 쉬고 싶을 때는 나를 찾아오는 거야. 그럼 행복해. 지금의 나는 오히려 에이미가 TV에서 봤던 닉에 가깝지 않을까? 아 물론 닉 입장이 아니라 에이미 입장에서 봤던 그녀가 원했던 모습의 닉. 난 자기에게 항상 진심이니까. 


그리고 읽으면서 에이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 그래! 하고 번쩍 했어.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 가슴에 새기지는 않고 있는 일이었는데, 자기는 외동이기도 하면서 어렵게 얻은 딸이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더 더 더 소중히 대해야겠어. 난 당장은 미덥잖지만 자기 부모님들께도 좋은 사위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할거야. 그리고 자기야, 우리는 각자 부모님을 증오하고 있지는 않잖아? 난 사실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자기 덕분에 갱생했고. ㅎ 그러니까 우리는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 나 당장은 닉처럼 경제적인 능력은 없지만, 내 성격 상 도박을 한다든가 무리한 사업을 해서 집안 살림을 탕진하지는 않아. 오히려 차근차근 쌓아가서 일년일년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거야. 나 자기를 절대 불행하게 만들 일은 하지 않아. 자기는 나에게 미래를 준 사람이니까! 이제 내가 다시 자기에게 미래를 찾아 줄게. 우리는 틀림없이 누구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들 거야.


음, 자기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 나도 글로 쓰다 보니 생각을 다 옮기지 못했는데, 자기와 이야기하다보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기야. 내가 바라는 건 자기 하나야. 자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자기와의 행복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거야. 다시 함께 하는 날을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게. 사랑해. 여행도 즐겁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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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도 작년에 사 놓고 읽지 않았던 책 중 하나로군. 단편 소설이어서 자기 전에 시간 내서 보니 금방 다 읽었네. 사실 난 책을 읽으면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적으로 보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단편은 조금 안 맞는 편일지도. 이야기가 다양하다보니 며칠 지나고 나닌 앞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래도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어.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26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그 중 3부 '보름달에게' 가 와닿는 내용이 많더군. 대체로 인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내 나이가 또 자기와의 상황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 인생에 대해 진지해질 필요가 있을 시기니까. 3부 외에도 1부의 '너 강냉이지', 2부의 우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같은 글도 재미있었어. 우리 나이가 어떻게 보면 친구 관계가 정리되는 때잖아? 특히 경조사가 있을 때 그동안의 교우관계를 돌아볼 수 있다고들 하는데, 자기와 결혼할 때 우리도 그런 걸 느끼게 되겠지? 그리고 친구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연락이 되는 친구들은 대개는 이름으로 부르겠지만, 내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고 얼굴만 기억하는 사람은 어떠려나? 하긴 그런 사람을 만나서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게임할 때 알았던 사람들은 핏빛, 사신, 작살, 안티 등등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긴 하겠군. 다른 사람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긴 해.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자기 눈에 비친 나야! 그래서 억지로 연결을 시키자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우리가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건 언제일까? 자기는 일상적으로 매일 듣는 이야기니까 큰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난 나이가 든 이후로 예쁘다는 이야기는 자기에게서만 들었던 것 같아. 사실 내가 예쁜 얼굴은 아니지. 그럼에도 자기가 예쁘다라고 한 것은 나를 사랑했기 때문일거야. 나 역시 자기가 이렇게나 예쁘게 보이는 건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그런 거겠지? 누군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예뻐 보이는거야. 그러다면 큰일이다. 갈수록 자기만 예뻐. 나도 다시 자기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 그리고 평생 자기에게 예쁨 받고 싶다!


그리고 'J가 떠난 뒤'나 3부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군. 그래서 자기에게 감사한 일이 많아.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 회복에 있어서만큼은 누가 뭐래도 자기의 도움이 정말 컸어.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전화하고 있으니까. 결혼한 후에도 양가에 안주를 자주 전해야겠어. 또, 직장 때문에 갈등을 빚는 부부 이야기나 딸의 진로 문제로 걱정은 부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사람이 사는 건 다들 비슷하구나 싶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화목하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돼. 특히, 자녀의 교육 방침이랄까, 이런 건 자기와 잘 상의를 해야할 사안이지만, 내 생각은 될 수 있으면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내가 나름 정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에, 딱히 그 결과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하고 싶은 걸 많이 해 봤으면 어땠을까 싶거든. 자기와 내 아이라면, 가뜩이나 특출나고 특이하고 고집스럽고 4차원일 것 같아서 걱정이기는 하지만 ㅋ 자기 생각은 어떨까? 또 젊을 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와 여유로이 보내는 시간이 소중한 것 같아. '에스프레소'에 나오는 내용인데, 우리는 노후를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매 순간순간 행복할 수 있잖아? 연애와 결혼은 확실히 다르겠지? 그렇다면 난 자기와 결혼이 하고 싶어. 더 정확히 말하면 일상을 다 공유하고 싶은거야.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만, 작은 일 하나에도 자기와 알콩달콩 투닥투닥 거리면서 지내고 싶어. 하루하루 살면서 자기를 더 알아가고, 마지막 가는 길에 나는 자기를 진정 사랑했다라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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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읽은 책은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에 읽기도 했고, 자기와 같이 보던 1Q84도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볼게.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그래도 이 사람 소설은 나름 챙겨서 보고 있어. 젊은 날에 상실의 시대를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고, 어쩐지 쓸쓸한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 근데 그게 자기를 만나고 행복해지니까 전혀 공감이 안 가더라. 그래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자기에게 선물하고 나고 가졌던 게 작년 이맘 때 쯤이었지? 자기와 함께면 전혀 필요없는 책인 모양이야. 아무튼 이 책은 그냥 그렇게 두고 있다가 올 2월인가 3월에 읽었었어. 그 때 읽으면서 자기에 대한 마음이 더 굳건해졌지. 그리고 4월에 다시 자기를 만났을 때는 너무나 행복해서 다시는 이 행복을 평생 놓지 않으리나 다짐했는데. 난 또 이 책을 되새기며 얼마나 자기를 기다려야 하는걸까? 그래도 가까이 보면 갑갑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더 멀리 바라보며 자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그리면 힘이 나.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자키 쓰쿠루. 그는 학창 시절을 함께한 단짝 친구 세 명이 있어. 각자 이름에 색깔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가 있고 개성이 뚜렷하지. 반면에 쓰쿠루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해. 모든 것을 함께 하던 이 네 명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멀어져. 대학을 도쿄로 가게 된 쓰쿠루는 친구 세 명과 고향을 뒤로 하고 떠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머지 세 명이 피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 그래서 전화를 해 보지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에 휩싸이지. 그로 인해 쓰쿠루의 인생은 크게 변해. 학창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마저도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거지. 그렇게 각자는 나이를 먹어 가지. 그러다가 쓰쿠루는 새 여자친구(?)가 생기는데, 이 여성이 매우 활발하고 적극적이야. 쓰쿠루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과거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줘. 그러자 이 여성은 왜 그 때 가만히 있었냐, 어째서 이유를 묻지 않았냐고 추궁해. 그 이야기를 듣고 쓰쿠루는 친구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거야. 그리고 자신이 사실은 네 명 모임의 중심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네 명 중 여자인 두 사람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중 한 명의 거짓말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쓰쿠루를 멀리해야만 했다는 것도. 그렇게 하나하나 자신은 몰랐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밝혀가며 쓰쿠루는 소위 말하는 힐링을 하지. 현실로 돌아와서 자신에게 깨달음을 줬던 그 여자친구(가 될)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돼.


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나만이 아니겠구나. 누구나 다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겠구나. 진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각자 나름인 거겠지. 나 역시 썩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 중심에는 첫사랑도 물론 얽혀 있었지. 난 그래서 대학에 온 후에 스스로 불행해지려고 했었어. 한참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 첫사랑의 미니홈피에서 이런 글귀를 봤었거든. '가장 통렬한 복수는 그 사람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 글이 나를 향한 것은 분명 아니었겠지만 나에겐 그게 저주가 되어 버린거야. 그렇다면 난 그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아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됐지. 난 사실 외로움도 많이 타고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대급부로 더 불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지. 스스로를 학창 시절에 묶어 버린거야.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내가 유난스러웠던거지. 하지만 그 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 저주는 오래갔고 마음 먹었던대로 불행한 대학 생활을 보낸 난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사회에 던져지려 하고 있었지.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어. 쓰쿠루 앞에 그 아가씨가 나타난 것처럼 내 앞에 자기가 나타난 거지. 자기는 어쩌면 일찍 포기했을 내 삶에 들어온 한줄기 빛과 같았어. 덕분에 늦었지만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새어 들어온 그 빛만 보고 있는 힘껏 발버둥 쳤어. 그래서 이렇게 더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되었지. 물론 그 사이에도 저주는 쉽게 사라져주지 않았어. 몇 번 고민한 적이 있었지. 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걸까 하고.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만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더 강해졌던 것 같아. 난 대학교 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도 쉽게 포기해버리고 편해지려 했기 때문에,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겁이 났고, 또 도망치고 싶었어. 그리고 그래 난 어차피 이 정도야, 또 이게 나아 라고 위안 삼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자기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변하기 시작했어. 자기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고, 자기와의 행복을 위해 아둥바둥 살다보니, 그 저주는 아무 것도 아니더라. 학창시절과 대학교 때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내 안을 채우고 있는 건 자기 뿐이더라. 10년 가까이 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지만 이제서야 과거가 아닌 미래가 보이더라. 난 쓰쿠루처럼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자기 덕분에 세상을 바로 보게 된거야. 자기는 그냥 하는 이야기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자기가 내 전부라는 말은 결코 입에 발린 말 아니야. 자기는 죽어가던 나에게 새 생명을 줬으니까. 자기는 나에게 단순히 여자친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여신 혹은 그 이상이야. 난 그러니 자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게. 그리고 돌아왔을 때,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자기로 만들게. 난, 그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믿고 바라고 있을게. 사랑해 자기야. 세상 그 누구보다 자기를, 자기만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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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 - 4부

책 감상평 2014. 11. 9. 00:59

주말을 맞이하여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읽었어. 증보면이 남아있긴한데, 이건 부록같은 느낌이어서 나중에 따로 정리하든지 할게.


4부에서 기대했던 것은 내가 지난 번에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실 이런 원론적인 물음에 명쾌한 답이 있을리는 만무하니 정확히는 대안 혹은 힌트를 원하고 있었다는 게 맞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 비추어 바람직한 국가관은 무엇인가 많은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보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그 역시 다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책의 말미에서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이 책의 주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하나이다. 4부에서도 어김없이 앞서 주장했던 것을 중국, 아프리카 등의 사례를 들으며 반복하고 있다. 문명이 발생과 발전은 주어진 환경에 깊게 연관되어 있고, 인종 혹은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대륙 간의 차이가 보이는 듯 싶지만 사실 문화도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류의 발전은 환경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의 역사는 발달된 문명을 가진 사회가 낙후된 사회를 정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크게는 수천년 이상 차이나는 문화 간의 차이는 많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비행기 그리고 인터넷 등의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하여 그 차이는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바람직한 일일까? 개인이 속한 사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비슷한 방식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절할 것 같다. 특히, 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교류를 해야 하는 분야가 많고, 이러한 기회를 어느 곳에 있어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정복 방식은 매우 비인륜적인 행위이다. 결과적으로 단지 운이 좋았던 일부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명이 우월한 것이 인종의 차이에서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에도 나치 등의 인종 차별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단체가 있었고, 그 잔재는 현재에도 남아있다. 여전히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단체들도 있고, IS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이 매우 부당한 처사임이 분명한데 어째서 이러한 단체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평등한 사회는 모든 것, 특히 모든 구성원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하지만, 그 중 한명만 이기적인 마음을 품게 되면 쉽게 깨지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많은 쪽으로 변모하고 있고, 이것은 과거 중앙집권체제에 비하면 제법 평등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럼에도 한 사회 내에서도 격차는 분명하다. 이러한 격차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나타난다면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의 구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면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소위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농담 중에 '조물주보다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 사회에 귀족은 없지만 과연 그러한가? 직장인들 대부분이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세계는 어떠한 방향을 향해야 할까?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 사회 간의 격차 그리고 공존 방법, 다른 하나는 한 사회 내에서의 격차 극복.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현대 사회가 발전할수록 기득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기득권층은 현대 사회 구조에 매우 만족하고 있은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이러한 경향을 더 심화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2만 여년을 거쳐 형성된 현재의 세계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더욱 안타까운 건 우리는 이러한 대승적인 생각을 하기 이전에 눈 앞의 현실이 더 중요한 소시민이라는 것 아닐까?  옳고 그름은 없다. 나 역시도 책을 읽을 때 뿐, 사실은 하루종일 생각하는 건 자기 생각이니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의 행복이고, 만약 나의 신념을 따른 행동이 소소한 일상을 파괴하고 삶의 터전을 망친다면 선뜻 나서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현재보다 나은 사회 모델이 나타나고 많은 사람이 동조한다면, 우리에게는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보았는데, 결국은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많은 이야기가 정치와 관련되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인류사의 발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은 충분하니까. 결론은 없지만, 살면서 배운만큼 또 배워갈만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더 알아가게 될 것이고, 생각을 정리해가게 될 것 같다. 무조건 배타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사회를 모색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겠지. 물론 자기는 내가 이러한 생각을 적나라하게 내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나도 그 힘을 더 잃어갈지도 모르지만. 심각하게는 아니더라도 자기도 나도 어느 정도는 관심은 가져도 좋다고 생각해.


일주일 간 읽으면서 총 3편에 걸친 감상문이었다! 아직 증보면이 있긴 하지만, 이건 따로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워낙 오래간만이라,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잘 몰라. 그러니까 매번은 아니더라도 자기가 책을 추천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읽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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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3, 4부의 감상을 써야 하지만, 평일에는 아무래도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4부까지 다 읽고 나면 3부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지난 2부에서 미처 쓰지 못했던 이야기와 3부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이 책은 읽을 수록 매력적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않을 것들에 대한 답을 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3부에서는 병균, 문자, 기술 그리고 체제를 중심으로 국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어 두고 지난 2부에서 놓치고 간 것을 짚고 가보자.


제 9장에서는 행복한 가정은 대개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그 원인이 다양하다는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 나온다. 물론 이는 비유적으로 과거에 가축화된 동물의 수가 적은 이유가 주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칙은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생각은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 산으로 갔는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 느끼는 바가 큰 것 같다. 자기와 나는 대개는 잘 맞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경제적 여건이 부족했던 거다. 자기가 그동안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던 내 잘못이 크거니와, 때문에 나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지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줄곧 생각해봤는데 사실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면 내가 고집을 꺽고 일을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면 이제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자기와 다시 만나면 행복만 남은걸까? 그건 아닐 거다. 자기가 내가 아니고 내가 자기가 아닌 이상 서로 생각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고 살아가다보면 부딪히는 일이 있겠지. 하지만 그 때마다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길은 대개는 평탄할테니, 가끔 있는 돌뿌리는 천천히 제거하고 나아가면 된다. 불행한 가정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실 그 그원은 의사소통의 부재가 아닐까.


제10장에서 대륙의 방향에 따라 문화의 전파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글귀를 읽는 순간 한 번에 이해가 갔다. 결국은 환경이다. 동서의 이동은 비슷한 기후, 남북의 이동은 전혀 다른 기후이니까 교류가 활발할 수 없다.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않았지만 달라진 환경으로 불편함을 겪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지도를 펼쳐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다녀온 곳은 대개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있었다! 오 놀랍다! 천문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비단 지구 내에서 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특정 방향성을 가지는 현상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우주의 거대구조만 해도 필라멘트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우주의 모든 구성 요소가 사실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구성 요소인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3부로 넘어가보자. 3부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이 타 대륙에 비해 지배적인 역할을 한 이유에 대해 다루고 있다. 결국은 환경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타 대륙에 비하여 면적이 크거니와 앞서 10장에 나왔듯이 좌우로 넓게 퍼져 있어 남북으로 뻗어 있는 아프리카나 남북아메리카보다 교류가 활발하다. 또한 비옥한 초승달 지구를 중심으로 다수의 부족사회가 모여있어 이들이 국가로 발전하는 데에 더 수월하였다. 이 중 문자의 형성과 국가의 형성이 흥미로웠다. 여기서는 국가의 형성 쪽에 더 힘을 실어보기로 하자. 우리는 왜 평등한 사회에서 계층적 사회로 변화했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 원인은 결국 하나인 것 같다. 규모의 성장과 그에 따른 잉여 자원의 축적. 즉, 인간 사회가 씨족 사회에서 추장 사회 혹은 국가로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구성원의 규모가 커지게 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예전과 같이 평화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서로 모르는 사람일 확률이 높으므로). 따라서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왜 분쟁을 일으키는가? 개인의 이득을 위해 타인과 갈등을 빚는 일은 동물 사회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인류에게는 이성이 있지 않은가. 물론 과거보다 더 고도로 이성화된 사회에 살면서도 몰상식한 자들이 더 잘 사는 걸 보고 있으면 인간이 이기적인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익이 중요한만큼 타인의 이익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면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텐데, 한 치의 양보를 하지 못해 목숨 걸고 총칼을 겨눠야 하는 걸까. 결국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보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 권력자들만 배불리는 것은 아닐지. 그리고 그것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데에는 애국심과 종교로 큰 역할을 한다. 결국 우리는 현대에 이르러서까지 국가와 종교로 나뉘어 타 집단에게는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왜? 더 나은 공존의 방식을 채택할 수 없는가? 우리 인류는 현재 국가 체제에서 다음 단계로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난 심지어 무정부주의자였나... 나머지 4부의 감상은 이번 주말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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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뷰는 '총,균,쇠'로 시작할게.


이 책을 처음 집어 들면 그 묵직함에 기가 죽는다. 내용 또한 인류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어 가볍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실례를 들어가며 독자가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잘 배려하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떻게보면 중학교 시절의 세계사 수업등을 통해서 과거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일이 있었던 배경 혹은 당위성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이 방대하여 끝까지 읽고 나면 앞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전반부에 대한 인상을 간략히 남긴다.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 잉카 제국과 스페인군의 사례에서 보는 발전된 사회가 낙후된 사회를 정복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요인은 농경제 생활(수렵 생활이 아닌)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 그리고 그에 따른 파생효과 및 병에 대한 면역력 등을 들고 있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추측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어쩌면 우리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가령, 우리는 언제나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를 동경하고 있다. 특히, 외계인의 존재는 수십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매우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만약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외계인이 있었다면 이들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지닌 마오리족, 혹은 스페인군에 해당할 것이다. 모리오리족과 같이 순수하게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비슷한 결과를 맺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페인군은 수백명의 소수의 군사를 이끌고 몇백배에 이르는 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목숨을 걸고 타지를 향하는 데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을테고, 만약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이들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단 SF와 같은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좋다. 인류사는 대개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랐고, 역사는 승자들의 당위성에 따라 쓰여졌다. 이성이라는 외투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 이성은 여러가지 이유로 강력한 무기로 돌변한다. IS만 봐도 그들 스스로는 (나름대로의)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자기들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 사회는 발전했고 약자들의 입장을 많이 대변해주고자 하는 노력이 있지만, 결국은 강자들의 논리에 맞서 약자들의 승리한 사례는 별로 많지 않다. 슬픈 한국의 현실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보면, 기득권 층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국 스스로 강해져야 목소리를 낼 자격이 생기는 거겠지. 본의 아니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좌파 같은가... 아하하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되어 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폴리네시아 섬들은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는데, 그 환경에 따라 발전 속도 및 발전 형태도 다르게 나타난다. 환경에 의한 요인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예컨데 아무런 광석이 나지 않는 땅에서 금속 기구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비슷한 환경 하에서마저 발전 속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 농경 사회가 시작되고 비슷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같은 수준의 기술력이 축적될 것이라 논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누군가 같인 인류를 정복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문명이 발전한 곳은 유라시아 대륙이다. 특히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필두로 한 유럽 세계는 발달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전세계를 누비며 정복활동을 해왔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 듯이 유라시아 인들이 타 대륙의 인류보다 더 유능하고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라 운 좋게 유복한 땅에 태어나 더 빠른 발전을 이룬 것 뿐이다. 그렇다고 낙후된 문명의 사람들을 계몽하고 정복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여러 신식 문물을 교류하는 것은 전 인류를 놓고 보았을 때 대승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거기까지 아닐까? 결국 계급 사회라는 게 부조리한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부릴 권리는 없다. 어쩌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세를 부리기 보다는 더 베풀줄 알아야겠지. 나 역시 자기와 나, 그리고 더 나아가면 자기와 나의 가족 및 지인들이 잘 사는 게 최우선이긴 하지만, 일정 수준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데에서 오는 기쁨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자기와 잘 상의를 해야 조절해야겠지. 음... 글을 읽으며 생각할수록 난 생각보다 더 좌파라른 생각이 든다... 으아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와 같이 전 세계에 문물들이 섞이면서(대개는 강대국의 문물이 전파되는 형태로) 각 지역의 고유 색깔을 잃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애초에 인류는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에 맞게 적응하는 방향으로 문화를 발전시켰다. 따라서 어떻게보면 1492년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이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가장 축복받은 시기였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특히 대도시) 대개는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처음 외국에 발을 디뎠던 1994년을 떠올려보면 그 때는 상당히 문화충격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디를 가도 그 때와 같은 감흥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무덤덤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획일화된 환경도 적지않게 큰 몫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교류가 있을 것이고 소위 말하는 국경없는 시대(이미 SNS등 온라인에서는 장벽이 무너졌다.)가 향후 인류가 나아가는 데에 있어 약으로 작용할지 독으로 작용할지도 생각해볼만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책을 완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정리는 그 이후에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절반을 읽는 동안에 그동안 하지 않았던(못했던)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다. 자기를 만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가면 자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꼭 올 것이라 생각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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