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원래 계획은 제니 베이커리가 열기 전에 줄 서 있다가 쿠키를 사는 것이었지만 그 정도까지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리였다. 10시 전에 준비해서 줄까지 서야 한다니 이건 너무 비인간적이다.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어제보다 더 긴 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다짜고짜 오늘도 먹방으로 시작한다.
홍콩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고기가 들어간 죽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우리도 이를 시도해보기 위해 다소 허름해 보이는 동네 식당을 찾았다. 그래도 가이드북에 나오는 식당인지라 제법 주변에서는 유명한 곳인지 대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리가 나자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자기가 홍콩에서는 합석이 흔하다고 귀뜸해 주었다. 다들 조용히 자기 식사만 했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함은 없었지만, 80년 대 이후로 합석을 해 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침부터 다양하게 시켜 보았다. 메인 메뉴 죽을 중심으로 옆자리 아저씨가 먹는 걸 보고 시켜 보았던 볶음 국수, 죽에 넣어 먹는 튀김빵, 그리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전도 시켜 먹었다. 우리도 대륙의 기운을 이어받아 대식가의 혼을 깨워냈다!
죽에 말아 먹는 용도의 튀김빵. 그냥 먹으면 별 맛 없는데 넣어 먹으면 꿀맛.
같은 테이블의 아저씨가 먹는 것 보고 충동 주문한 볶음 국수. 매우 성공적이었다!
고기가 들어간 죽. 처음 접하는 맛이었는데 생각처럼 느끼하지도 않고 매우 맛있다!
무언가 들어간 전. 약간 짠 것을 빼면 이것도 맛있었다.
대륙의 기상을 본받아 한상 가득 차려 먹는다!
다 먹고 나와 식당 앞에서 한 컷! 맛있는 아침 식사에 신났다!
같이 신남! ㅋㅋ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기운을 얻은 후 용기를 내서 제니 베이커리 줄에 동참하였다. 여전히 줄은 길었지만 배부른 자기는 관대하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줄이 줄어들어 곧 우리의 차례가 되었고 번호표를 받은 후 각자 두 개, 총 네 개의 쿠키를 획득하였다! 치사하게 1인당 2개만 판다만, 기다리다가 못 먹는 사람이 생길 불상사를 생각하면 괜찮은 정책인 것도 같다. 가게 안은 과자를 굽는 기계도 없고 그냥 하얀 몇 평 안되는 공간에 창고와 판매대만 보였다. 이게 과연 마약 쿠키라 불릴만할지 시식하게 되는 건 한국에 온 후에도 제법 지난 뒤의 일이다.
줄이 길어! OoO
꺽었는데 또 줄이야 ㅠ.ㅠ
저 앞에 보이는 가깝고도 먼 제니 베이커리.
샀다! 기분 좋아졌음! 신남! >_< 해맑다 ㅋㅋㅋ
여세를 몰아 차유엔퐁이라는 조그만 차 가게를 찾아갔다. 아마도 모자지간인 것으로 보이는 두 분이 계셨는데 식사 중에 방해한 듯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매우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이것저것 차를 맛 보았다. 차 맛에는 조예가 깊지 않지만 모두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 자기는 몇 개의 차를 종류별로 구매하였고, 나도 부모님께 가져다 드릴 백차를 구매하였다. 정성스런 접대에 우리는 기분이 좋아졌고 인사를 하고 나올 때 주인 아저씨(아마도?)께서 다음에 올 때는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모르니 홈페이지를 확인해 달라며 명함을 주셨다.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나중에 홍콩에 다시 올 일이 생기면 찾아가게 될 수도 있겠지.
직접 차를 내려주시던 차유엔퐁의 주인 아주머니. 색깔을 보아하니 이건 우롱차인가?
맛있다! 신난다!
차유엔퐁 명함. 홈페이지 참고할 것.
오전에 구매한 물품들을 방에 가져다 놓을 겸 잠시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였다. 오늘 점심은 호텔 식당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나름 정갈한 점심 세트를 광고하고 있었기에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주 멋드러지는 맛집 정도는 아니지만 무난하게 맛있었다. 샐러드로 시작해서 스프, 메인 요리, 후식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샐러드!
스프!
관자 들어간 볶음밥!
로스트 비프!
웨이터~ 더 가져와~
그래서 나온 후식 바나나 케이크.
점심 식사로 기력을 충전한 후 2차 나들이를 나섰다. 오늘은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선물 등 아낌없이 지르기로 하였다. 그래서 다시 찾은 제니 베이커리. 오전보다 줄이 짧은 것을 확인하고 얼른 다시 줄을 섰다. 이것으로 우리가 확보한 물량은 9개! 이 정도면 선물로 충분하다. 흐뭇하게 IFC로 가서 시티 슈퍼를 구경했다. 알겠지만, 우리 여행에 슈퍼마켓은 필수 코스이다. 큰 슈퍼가 없는 동네는 나쁜 동네야. 이것저것 몇가지 물품을 산 후에 TWG에 가서 차를 샀다. 처음 들어가서 당당하게 이거 주세요 했더니 가격이 우리가 생각한 거의 10배였다.열심히 원인을 추궁했는데, 캔이 비싼 거냐, 우리는 조금만 살거다 했는데도 그 가격. 알고보니 모두 같은 통 같아도 안에 들어있는 차 종류가 다 다른 거였다. 그리고 자기가 가리킨 것은 그 중 제일 비싼 얘였지. 역시 우리 자기 안목이란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려고 했던 걸로 달라고 하고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매장 안은 못 찍는다고 해서 나와서 문 앞에서 한 컷. 그런데 우리 어제는 안에서 찍었잖아? 그리고 바로 옆 가게인 기와명과에서 과자를 하나 더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IFC를 나섰다.
배가 부르니 불타오르는 쇼핑혼! 한 번 더 제니 베이커리 습격!
IFC로 돌아가 시티 슈퍼 습격!
TWG 습격!
쇼핑하느라 힘들었으니 그 다음은 뭐다? 그래서 찾은 타이청 베이커리. 타르트가 맛있다고 하여 각 1개를 사서 맛 보았다. 홍콩 와서 먹은 타르트 중에서도 제일 맛있었다. 한국 체인 제과점에서 파는 것은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
열심히 샀으니 달콤한 타르트로 기력을 회복! 앙~
먹었으니 다시 사야지.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시선을 끌던 우연찮게 만난 홈리스라는 상점에는 예쁜 것들이 많았다.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은 미피 등이었다. 특히 구름 타고 있는 미피가 탐났는데, 들고 가기가 애매해서 참아야 했다. 그래도 여러가지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사슴, 고래, 해구름,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곰까지! 동물 농장이 점점 번창하고 있다.
쇼핑혼 재발동! 홈리스에서 산 사슴모양 악세사리 거치대.
고래!
망치? 는 안 삼.
벽시계 및 장식. 도 사지는 않음.
해구름 계란 후라이 틀!
미피 등!
구름탄 미피! 매우 가지고 싶었으나 들고올 일이 막막하여 패스 ㅠ.ㅠ
그렇게 쇼핑혼을 불태우고 모델 포스 뽐내 주시고~
숙소로 돌아오니 자기는 기력을 완전히 소진하여 모든 의욕 상실! 자기 치고는 많이 움직였고, 쇼핑 시간도 길었지. 하지만 정말 아침 식사부터 즐거운 하루였다. 그러니 더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도 먹으면서 끝내야한다! 거위 요리집에 가서 식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자기를 쉬게 두기 위해 식당으로 가서 테이크 아웃을 하기로 하였다. 거위집은 숙소 바로 옆이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친절하고 신속하게 거위 요리를 내주었다. 홍콩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딤섬을 먹고 싶다고 하여 딤섬집을 찾아갔지만 여기서는 포장이 안 된다고 하여 실패. 또다시 반만 성공한 덕후가 되어 방으로 돌아왔다. 거위 요리 사진이 왜 없는지 모르겠는데 맛있었다. 거위는 처음 먹어봤는데 기름지지 않고 텁텁하지도 않은 것이 별미였다. 하지만 역시 이것으로 우리 배를 채우기는 어려웠는지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잖아! 그래서 자기는 거위의 힘으로 밖으로 나가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늦어 근처에 열린 음식점이 많이 없었는데 등잔 밑이 어두웠던지 숙소 바로 옆 건물에 푸드코트 같은 곳이 있었다. 둘러보다가 볶음 국수로 결정, 이 역시 테이크아웃하여 그렇게 홍콩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마쳤다. 자기와 함께한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여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다. 하루만 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한국에서도 좋은 시간 만들어 가길 기약하면서 그렇게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볶음 국수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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