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숙소에서 편안히 자고 느지막히 일어나 하루를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마음은 매우 느긋했는데 어차피 쉬려고 왔으니 시간에 쫓길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요 일정은 애프터눈 티를 먹는 거였고 이 때문에 아점을 먹는 편이 시간 맞추기가 편리했다. 여유롭게 자기 셔츠까지 다림질하고 나서 방을 나설 때는 11시 경이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호텔에 있으면서 팁을 한번도 안 줬는데, 나중에 가이드북 보니 홍콩은 영국식 문화라 팁 주는 문화였다. 이건 조금 미안하군.
오늘의 아침은 완탕면으로 정해져 있었다. 센트럴 부근에 침차이키라는 유명한 맛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옆집을 들어갔다가 나오는 등 착오는 있었지만, 함정을 피하고 무사히 침차이키를 찾을 수 있었다. 식사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식당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다. 점심 시간에 가면 줄 서서 먹는다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편하게 먹기에는 적절한 시간 선택이었다. 새우 완자만 들어간 완탕면과 새우와 고기 완자가 들어간 완탕면을 각각 하나씩 시키고 레몬티를 시켜 먹었다. 중국 음식하면 기름지고 느끼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완탕면은 의외로 담백하고 면의 식감도 좋아 매우 훌륭한 맛이었다. 이건 다시 찾아와 먹어줄만한 가치가 있다. 참고로 새우 완자가 고기 완자보다 훨씬 맛있다.
침차이키 도착! 늦은 아점에 광폭 뜨기 일보 직전의 고요함. 웃는 게 웃는 게 아니...
완탕면! 추천에 또 추천! 팩에 담아 파는 레몬티도 싸구려 같지만 간편하게 먹기 좋다!
과연 그 맛은?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표정이 달라졌...
저도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침차이키를 착한 식당으로 선정합니다.
침차이키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시작 부근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에스컬레이터의 끝까지 올라가보기로 하였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정도 되는 길이로 수십 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출퇴근 용으로 만들었다니 섬이긴 해도 역시 대륙의 기상이 느껴진다. 올라가면서 좌우로 골목들이 보이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경치가 좋지는 않았다. 마천루의 도시답게 건물이 정말 높아서 사방으로 시야를 다 가리고 있다. 말 그대로 건물의 숲같은 느낌이다. 한국 아파트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기본으로 타워펠리스 정도의 높이는 되어 보였다. 아무튼 제법 시간을 들여 에스컬레이터의 끝까지 가보았지만 역시 시야가 트이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올라가 전망대를 가면 잘 보이겠지만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 좋은 경치가 기대되지는 않았기에 우리는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가기로 하였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시작점 부근. 맛있는 완탕면을 충전 후 즐거워진 자기!
나도 신남 ㅋㅋ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정상, 이지만 사방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도 목표 달성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우리 자기 길다!!!
내려올 때는 에스컬레이터가 일방통행이어서 걸어서 내려왔다. 바람이 불어 특별한 구경거리 없이 열심히 내려왔는데 내려와서 보니 센트럴이 아니라 셩완역 근처로 와버렸다.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커다란 눈사람이 있어 동심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제니 베이커리가 근처여서 가보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줄이 길어서 일단 내일 사기로 하였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바람이 불어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기는 좋은 날이 아니었다. 빠른 포기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센트럴에 위치한 우체국으로 향하였다. 자기가 그간 썼던 엽서를 한국으로 보냈다. 다시 한 번 홍콩은 특히 관공서에서 영어가 잘 통해서 매우 편리했다. 게다가 친절함은 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옷차림은 이래도 여기는 크리스마스 시즌!
엽서 보내면서 즐거운 자기!
티타임까지는 시간이 있었지만 일단 리츠칼튼 호텔 부근으로 이동하였다. 리츠칼튼 호텔은 구룡반도 쪽에 있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야 한다. 둘 째 날 구룡반도에서 홍콩 섬으로 넘어올 때는 짐이 많아 택시를 이용했지만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했다. 짐만 없으면 지하철이 더 편하고 빠른 방법이다. 구룡역에서 내리면 바로 엘리먼츠 몰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엘리먼츠 몰은 리츠칼튼 호텔과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시간이 될 때까지 잠시 몰 구경을 하였다. 여기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H&M에 들러서 옷을 15벌 정도 입어보면서 자기에게 패션쇼를 선보인 결과 니트(가디건? 셔츠?) 두 개를 득템하였다! 홍콩에서 사이즈는 L이 맞는다, 체크해두자. 게다가 스키니진도 들어는 가는 몸이 되었다? 다이어트의 효과를 실감했다.
엘리먼츠 몰에서 만난 호두까기 인형이 생각나는 병정 인형.
여기저기 트리가 많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은 무슨... 좋은 가을 날씨다.
드디어 오늘의 메인 이벤트 리츠칼튼 호텔의 102층 카페 The Lounge에서의 애프터눈 티세트를 먹으러 왔다. 오기 전에 예약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창가 자리는 대기 번호가 29번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찍 도착한 덕분인지 창가 자리로 업그레이드 해주었다! 티세는 1인분만 시키고 차를 하나 더 추가하였다. 창문이 깨끗하지 않은 것이 옥의티였지만, 경치도 좋고 차와 다과 모두 훌륭했다.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시간을 꽉 채워 오후의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창가 자리에 대만족! 자기야 좋아?
102층에서 내다보는 홍콩의 전경. 창문을 닦은 직후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드디어 등장한 티!세!트! 무려 크리스마스 기념 테디베어 티!세!트!
신났다!
1층부터 시식! 마이쪙!
2층 주민 곰돌이도 앙~!
3층 산타 곰메달 획득!
어느새 텅 빈 3단 트레이.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간다.
누워서 절 받는 편지 쓰기 놀이!
우리 자기는 피아노도 잘 친다!
엄청 큰 곰 인형!
로비로 나와 즐거운 오후의 시간을 마무리!
택시를 타고 첫 날 숙소가 있었던 침사추이 부근으로 갔다. 정확히는 그보다 약간 북쪽에 위치한 몽콕에서 야시장을 구경했다. 당연하게도 야시장은 먹으러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재래 시장은 먹는 재미지! 라고 자기는 생각한다. 음... 나도 동의한다. 다양하게 먹는 가운데 국이나 규동 담기 좋은 그릇 두 개와 마침 자기 핸드폰 케이스가 교체할 때가 되어 예쁜 것으로 하나 업어왔다. 흥정하는 재미는 있었는데 우리는 아직 스킬이 부족하다. 다음에는 반값 이하로 불러서 흥정을 시작해야겠다!
홍콩의 쇼핑녀 컨셉.
예쁜이 처음 봐?
쇼핑은 무슨... 먹자!
대륙의... 아니 홍콩의 곱창과 선지국, 그리고 꼬치. 선지국은 다소 느끼했지만 맛은 있었다!
느끼함을 해소해주는 허유산의 망고 스무디!
계란빵!
신나게 구경을 마치고 침사추이로 지하철을 타고 내려와 제니 베이커리 대리 판매점을 찾아원가의 1.5배 정도 되는 가격으로 쿠키를 한 통 샀다. 바로 옆에 있던 샤샤에 들러서 화장품 구경을 하고 마뷰다 팩을 샀다. 한국보다 매우 싸다고 자기가 매우 즐거워했다. 드디어 알찬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셩완 역 앞에 있는 제니 베이커리가 닫힌 것을 확인하고 트리에서 다시 한 번 사진을 찍고 방으로 돌아왔다. 내일도 신나게 먹을 것을 다짐하며 굿나잇!